보습제를 사러 갔다가 성분표를 뒤집어 보고 멍해진 적 있으신가요? 세라마이드, 히알루론산, 판테놀 — 하나같이 피부에 좋다고 하는데, 아토피 피부에는 대체 어떤 성분이 맞는 건지 헷갈리기만 합니다.
아토피 피부는 일반 건성 피부와 근본 원인이 다르기 때문에, 보습제도 “수분 공급” 그 이상의 기준으로 골라야 합니다. 전 세계 어린이의 약 11%가 아토피 피부염을 겪고 있고, 이 아이들에게 매일 바르는 보습제는 단순한 화장품이 아니라 피부장벽을 지키는 첫 번째 방어선이에요. 이 글에서 우리는 세 가지 핵심 성분이 아토피 피부에서 각각 어떤 역할을 하는지, 논문 데이터를 바탕으로 비교해 봅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피부 건강 정보를 제공하며, 의학적 조언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개인의 피부 상태에 따라 적합한 보습제는 다를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피부 문제는 피부과 전문의와 상담하세요.
아토피 피부장벽은 왜 무너지는가
- 피부장벽
- 각질층(stratum corneum)의 각질세포와 세포 간 지질이 이루는 물리적 방어막으로, 외부 자극 차단과 체내 수분 유지를 동시에 담당하는 구조
피부장벽은 흔히 “벽돌과 시멘트” 구조로 설명됩니다. 각질세포가 벽돌, 세포 간 지질이 시멘트 역할을 하죠. 이 시멘트의 핵심 구성 요소가 세라마이드(약 50%), 콜레스테롤(약 25%), 지방산(약 15%)인데, 아토피 피부에서는 이 비율이 크게 흐트러져 있어요.
1991년 이모카와(Imokawa) 연구팀은 아토피 환자 32-35명의 각질층을 분석해 세라마이드 함량이 건강한 피부 대비 현저히 감소했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더 주목할 점은 병변이 없는 정상 피부에서도 세라마이드가 줄어 있었다는 겁니다. 아토피는 눈에 보이는 부위만의 문제가 아니라, 피부 전체의 구조적 취약성에서 비롯되는 셈이에요.
50%
각질층 세포 간 지질 중 세라마이드 비율
피부장벽이 무너지면 경피수분손실(TEWL)이 증가하고, 외부 알레르겐이 쉽게 침투합니다. 그 결과 가려움-긁기-염증의 악순환이 시작되죠. 우리가 보습제에 신경 써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보습제는 이 무너진 “시멘트”를 보강해서 악순환의 첫 고리를 끊어주는 역할을 하거든요.
세라마이드: 무너진 벽의 시멘트를 직접 메우다
- 세라마이드
- 스핑고지질(sphingolipid) 계열의 지질로, 각질층 세포 간 공간을 채워 수분 증발을 막고 외부 물질 침입을 차단하는 피부장벽의 핵심 구성 성분
세라마이드는 손상된 피부장벽을 “원래 재료”로 복구하는 유일한 보습 성분입니다. 다른 성분이 수분을 끌어오거나 자극을 달래주는 간접적 도움이라면, 세라마이드는 부족한 지질 자체를 직접 보충하는 접근이에요.
실제 연구에서 확인된 효과
2021년 발표된 무작위 대조 시험에서, 세라마이드 중심 보습크림과 클렌저를 사용한 성인 습진 환자들은 피부 투과 장벽이 회복되고 습진 증상이 개선되었습니다. 세라마이드 보습제와 일반 보습제를 비교한 체계적 문헌 고찰에서도, 세라마이드 함유 보습제가 TEWL 감소와 피부 수분 유지 면에서 유의미한 우위를 보였어요.
3:1:1
세라마이드:콜레스테롤:지방산 이상적 몰 비율
중요한 점은 세라마이드가 단독으로 들어간 제품보다, 콜레스테롤과 지방산이 3:1:1 비율로 함께 배합된 제품이 장벽 회복에 더 효과적이라는 것입니다. 성분표에서 세라마이드만 확인하지 말고, 콜레스테롤과 지방산 배합 여부까지 같이 살펴보는 습관이 필요해요.
이런 경우에 우선 선택
아토피 피부장벽이 많이 손상된 상태, 특히 건조기에 피부가 갈라지거나 각질이 심할 때 세라마이드 중심 제품이 가장 도움이 됩니다. 피부 자체의 복구 능력을 지원하는 성분이기 때문에, 장기간 꾸준히 사용하는 기초 보습제로 적합하죠.
성분표에 “ceramide NP”, “ceramide AP”, “ceramide EOP” 등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 아토피 피부에서 가장 많이 부족한 것은 ceramide 1(=ceramide EOS)과 ceramide 3(=ceramide NP)이므로, 이 두 가지가 포함된 제품을 우선 고려하세요.
히알루론산: 수분을 붙잡아 두는 분자 스펀지
- 히알루론산
- 글리코사미노글리칸 계열의 다당류로, 피부 진피층에 자연 존재하며 자기 무게의 수십 배에 달하는 수분을 흡수, 보유할 수 있는 보습 성분
히알루론산은 자기 무게의 수십 배에 이르는 물을 보유할 수 있는 강력한 수분 흡착제입니다. 흔히 “1,000배”라는 수치가 마케팅에 쓰이지만, 실제 실험실 데이터에서는 고분자 히알루론산이 약 30배, 저분자가 약 20배 수준의 수분을 보유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마케팅 수치와 차이가 있지만, 그래도 보습 성분 중 가장 높은 축에 속해요.
분자 크기에 따라 역할이 다르다
히알루론산은 분자량에 따라 피부에서 하는 일이 달라집니다. 고분자 히알루론산(1,000kDa 이상)은 피부 표면에 보습막을 형성해 수분 증발을 줄여주지만, 각질층 깊숙이 침투하지는 못해요. 반면 저분자 히알루론산(50kDa 이하)은 크기가 작아 각질층 사이로 스며들어 피부 속에서 수분을 잡아둡니다. 그래서 고분자와 저분자를 함께 배합한 복합 분자량 제품이 표면 보습막과 내부 수분 보유를 동시에 노릴 수 있어 가장 효율적이에요.
아토피 피부에서의 임상 근거
이중맹검 임상 시험에서, 히알루론산 폼 제제와 세라마이드 크림을 4주간 비교한 결과 두 제품 모두 아토피 증상을 유의미하게 개선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히알루론산 폼이 2주차에 더 빠른 증상 개선을 보였다는 것인데, 즉각적인 수분 공급 효과 덕분으로 해석됩니다.
2주
히알루론산 폼 유의미한 증상 개선 시점
다만, 히알루론산은 피부장벽의 구조적 결함을 직접 메우지는 못합니다. 수분을 끌어와서 지금 있는 장벽이 좀 더 효율적으로 작동하도록 돕는 방식이에요. 그래서 세라마이드와 함께 사용하면 서로 보완이 잘 됩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는데, 히알루론산은 주변에서 수분을 끌어오는 특성이 있어요. 실내 습도가 30% 이하로 매우 낮으면 피부 속 수분을 오히려 표면으로 끌어올려 건조감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겨울철 건조한 환경에서는 히알루론산 제품 위에 바셀린 같은 오클루시브(밀폐) 보습제를 반드시 덧바르세요.
판테놀: 자극받은 피부를 진정시키고 회복을 돕다
판테놀은 프로비타민 B5(덱스판테놀)로, “지금 당장 피부가 빨갛고 따가울 때” 가장 먼저 손이 가는 진정-재생 성분입니다. 세라마이드가 장벽 구조를 보강하고, 히알루론산이 수분을 채운다면, 판테놀은 자극받은 피부의 회복 속도 자체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해요.
피부 회복을 돕는 메커니즘
판테놀이 피부에 흡수되면 판토텐산(비타민 B5)으로 전환됩니다. 판토텐산은 코엔자임 A의 구성 요소인데, 이 코엔자임 A는 지방산과 스핑고지질 합성의 초기 단계를 촉매합니다. 쉽게 말하면, 판테놀은 피부가 자체적으로 지질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도와주는 겁니다. 우리 몸이 자체적으로 “시멘트”를 제조하도록 원료를 대주는 셈이죠.
임상에서 확인된 진정 효과
SLS(소듐 라우릴 설페이트)로 인위적으로 피부 자극을 유발한 임상 연구에서, 덱스판테놀 함유 크림을 도포한 부위는 플라시보 대비 피부장벽 회복이 유의미하게 빨랐습니다. 구체적으로 TEWL 감소 속도, 피부 수분 함량 회복, 그리고 홍반(피부 붉어짐) 감소 모두에서 우위를 보였어요.
15일과 30일간의 연속 도포 후, 1%와 5% 농도의 덱스판테놀 제형 모두 TEWL을 유의미하게 감소시켰는데, 5% 농도에서 더 일관된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시중 “시카 크림”이나 “판테놀 크림”을 고를 때 성분 함량을 확인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예요.
이런 상황에 특히 유용하다
아토피 피부가 급성 악화 단계에 있거나, 긁어서 미세 손상이 생긴 상태에서 판테놀은 빠른 진정에 도움이 됩니다. 레이저 시술이나 피부과 처치 직후 회복 단계에서도 널리 쓰이는 성분이에요.
세 가지 성분, 한눈에 비교
| 비교 항목 | 세라마이드 | 히알루론산 | 판테놀 |
|---|---|---|---|
| 핵심 역할 | 피부장벽 지질 보충 | 수분 흡착 및 보유 | 진정, 재생 촉진 |
| 작용 위치 | 각질층 세포 간 공간 | 각질층 표면 + 내부 | 표피 전반 |
| 아토피 관련 근거 | 장벽 지질 직접 보충으로 TEWL 감소 | 수분 공급으로 건조 증상 완화 | 장벽 회복 속도 향상, 홍반 감소 |
| 즉각 효과 | 느리게 체감 (2-4주) | 빠른 보습감 (당일) | 빠른 진정감 (1-2일) |
| 장기 효과 | 장벽 구조 자체 개선 | 사용 중 수분 유지 | 지질 합성 능력 보조 |
| 최적 사용 시기 | 매일 기초 보습 | 세안 직후 수분 공급 | 피부 자극/악화 시 집중 진정 |
| 권장 농도 | 배합 비율이 중요 (3:1:1) | 고분자+저분자 복합 권장 | 5% 이상 권장 |
| 주의사항 | 단독보다 지질 복합체 선택 | 저습도 시 오클루시브 필요 | 알레르기 반응 드물지만 패치테스트 권장 |
세 성분은 서로 경쟁 관계가 아니라 보완 관계입니다. 이상적인 아토피 보습제는 이 세 가지 기능 — 장벽 보충, 수분 보유, 진정 재생 — 을 균형 있게 갖추고 있어요.
보습제 선택 시 체크포인트
아토피 보습제를 고를 때 성분만큼 중요한 것이 “어떻게 고르느냐”입니다. 피부과에서 추천받은 제품인데도 맞지 않는 경우가 있고, 저렴한 제품이 의외로 잘 맞기도 해요. 아래 체크리스트를 성분표와 함께 활용해 보세요.
- 향료와 에센셜 오일 확인 – fragrance, parfum, 라벤더 오일, 티트리 오일 등은 아토피 피부에 자극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무향(fragrance-free) 제품이 기본이에요. ‘unscented’는 향을 마스킹한 것일 수 있으니 ‘fragrance-free’를 확인하세요.
- 제형(텍스처) 선택 – 로션 < 크림 < 연고(밤) 순으로 유분 함량이 높아집니다. 아토피 피부는 유분기가 높은 크림이나 연고가 장벽 보호에 유리하지만, 여름이나 접히는 부위는 가벼운 크림이 사용감 면에서 낫습니다.
- 패치테스트 실시 – 새 제품은 팔 안쪽이나 귀 뒤에 소량 도포 후 48시간 관찰하세요. 성분이 아무리 좋아도 개인 피부와 맞지 않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 도포 타이밍과 횟수 – 입욕 후 3분 이내에 바르는 것이 수분 증발을 최소화하는 가장 효과적인 타이밍입니다. 하루 최소 2회, 건조한 계절에는 3회 이상 덧바르는 것이 권장돼요.
- 성분 조합 확인 – 세라마이드+콜레스테롤+지방산 복합 제품, 또는 히알루론산+세라마이드 복합 제품처럼 여러 경로를 동시에 커버하는 배합을 우선 고려하세요.
참고로, 고가 보습제가 반드시 더 효과적인 것은 아닙니다. 2023년 체계적 문헌 고찰에서 제품 가격대와 아토피 증상 개선 효과 사이에 유의미한 상관관계는 보고되지 않았어요. 결국 가격이 아니라 성분표와 배합 비율이 핵심입니다.
우리 가족에게 맞는 조합 찾기
보습제 선택에 정답은 하나가 아닙니다. 피부 상태와 계절, 생활 환경에 따라 조합을 바꾸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이에요.
건조기 악화 시기에는 세라마이드 중심 크림을 기본으로, 급성 가려움이나 홍반이 나타나면 판테놀 제품을 집중 도포하고, 수분감이 부족하면 히알루론산 세럼을 보습제 전 단계에 추가하는 방식이 효율적입니다.
한 가지 실수하기 쉬운 점은 “좋다는 성분을 전부 섞어 바르기”입니다. 제품 3-4개를 겹겹이 바르면 오히려 자극 확률이 높아져요. 기본 보습제 하나를 정하고, 상태에 따라 한 가지 제품만 추가하는 것이 우리 피부에 부담을 주지 않는 방법이에요.
핵심은 간단합니다. 세라마이드는 장벽을 고치고, 히알루론산은 수분을 채우고, 판테놀은 회복을 앞당깁니다. 세 성분의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하나만 고집하기보다 우리 가족의 피부 상태에 맞춰 조합하는 것이 가장 실용적인 전략입니다. 오늘 집에 있는 보습제 성분표를 한번 뒤집어 보세요. 세라마이드, 히알루론산, 판테놀 중 무엇이 들어 있는지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앞으로의 보습제 선택 기준이 훨씬 명확해질 겁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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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습제 선택이 고민이라면